“AI 시대 전력 위기의 본질은 발전원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소비 구조에 있었다.”
- 희곤 이
- 2025년 12월 17일
- 3분 분량
AI 시대의 서막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력 위기' 담론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AI 모델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많은 이들이 곧 다가올 전력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증설과 같은 공급 확대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러나 건축물 에너지 애널리스트로서 수년간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분석해 온 저는 이 문제의 본질이 다른 곳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AI 시대 전력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단순히 발전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비효율적인 전력 소비 구조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 공공 부문의 에너지 낭비
저는 BEOP(Building Energy Optimization Program) 방법론을 활용하여 전국 1,007개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사용 및 계약전력 구조를 분석해왔습니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어린이집 등 공공 건축물의 에너지 비효율성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저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공공건축물은 실제 필요 전력량보다 훨씬 과도한 '계약전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실제 사용량과 무관하게 지불되는 불필요한 기본요금 낭비를 초래하며, 더 나아가 전력 시스템 전체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과도한 계약전력은 전력 생산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예비율을 요구하게 만들어,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월별 전력 사용량과 요금, 그리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은 이러한 비효율성이 단순한 재정적 손실을 넘어,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고객님의 분석처럼, 이러한 비효율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저해하는 주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AI 시대, 효율성 증대가 최우선 해법
AI의 등장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소비 구조를 개선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발전원 확충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미 현재 우리의 에너지 소비 패턴에 내재된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AI 시대의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빠르고 현명한 길입니다.
저희 BEOP 방법론은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적정 계약전력을 진단하고, 에너지 낭비 요소를 식별합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요금 지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공 어린이집의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고, 이 절감액을 다시 어린이집의 복지 서비스 향상에 재투자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AI 기술이 가져올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정책적 전환과 혁신적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
이제는 에너지 정책의 관점을 전환할 때입니다. 단순히 전력 생산량 증대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수요 관리와 효율성 증진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건축물 에너지 사용 최적화 의무화: 특히 공공 부문부터 에너지 진단 및 최적화 노력을 의무화하여 비효율을 제거해야 합니다.
통합 에너지 관리 시스템 구축: AI 및 빅데이터 기반의 통합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에너지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합니다.
예산 절감액 재투자 및 인센티브: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절감된 예산을 해당 기관의 에너지 관리 역량 강화나 복지 서비스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에너지 관리 전문 인력 확보: 복잡해지는 에너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전문 인력 양성 및 배치가 중요합니다.
AI는 위협이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전력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생산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AI는 전력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하며 최적화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소비 구조를 혁파하고 스마트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AI는 전력 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진정한 AI 시대의 전력 해법은 새로운 발전소를 짓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얼마나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는 비효율적인 소비 구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에너지 효율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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